나경원, ‘벌금형’ 패스트트랙 1심에 항소하기로···검찰은 ‘항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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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 1심 판결에 항소한다”며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은 애초 기소되지 않았어야 했을 사건”이라고 적었다. 나 의원은 “기소 자체가 소수당의 정당한 정치적 저항을 완전히 위축시키고 더불어민주당 의회 독재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민주당의 다수결 독재, 1당 독재를 막을 길은 더 좁아질 것”이라고 했다.
나 의원은 “이번 패스트트랙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로 소수 야당의 정치적 의사표시와 정치 행위의 공간을 넓히고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복원하겠다”며 “민주당의 다수결 독재, 의회 폭주 만행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윤한홍 의원도 항소 의사를 밝혔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벌금형이라도 유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항소하고자 한다”며 “지금도 입법 독주를 일삼는 민주당에 면죄부를 주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욱이 1심 판결에서 강제 사보임, 의안 팩스 접수, 회의 일정 일방 통보 등을 합법으로 인정한 것은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이장우 대전시장, 김성태·곽상도·김선동·박성중 전 의원 등이 항소장을 제출했다.
국민의힘 패스트트랙 재판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패스트트랙 판결은 민주당 의회 독재에 대한 제동이자 질타”라면서 “대한민국 헌법과 시스템을 민주당 입맛대로 뜯어고치려는 제2의 독재가 진행되고 있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이날 패스트트랙 사건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피고인인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은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피고인만 항소할 경우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한 형사소송법상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 형량이 상한선이 된다.
지난 2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장찬)는 2019년 국회에서 있었던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나 의원과 황교안 전 총리 등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관계자 26명 모두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지 않는 액수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12·3 불법계엄 1년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사과와 반성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쪽과 그럴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나뉘어 혼선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국정조사 추진에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개선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 수단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국민의힘 내에서는 불법계엄 1년이자 장동혁 대표 취임 100일인 다음달 3일 불법계엄을 막지 못한 옛 여당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과 사과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의견과 그래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섰다. 친한동훈(친한)계,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당의 사과를 촉구하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지도부 인사들은 소극적이거나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4선 이상 중진, 3선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하고 불법계엄 1년 메시지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불법계엄 사과와 관련해 당내 여러 의견이 나오는데 어떤 입장인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여러 얘기를 듣고 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장 대표도 지난 22일 취임 100일 메시지에 대해 “구상 중”이라고만 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충남 천안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이재명 정권이 윤석열 정권 당시 29번 탄핵으로 행정을 마비시켜도 단 한 번의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사과해야겠느냐. 사과해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사과는 이미 우리가 (김용태) 비대위원장 시절에 했고 더 나아가 또 사과할 만큼의 상황인가”라며 “그렇게 되면 내부 분열이 또 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12·3 계엄에 대해 우리 당은 아무리 사과해도 부족하지 않다”며 “민주당의 의회 폭거가 아무리 만악의 근원이었다고 해도 계엄은 잘못된 해법이었다”고 말했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역사는 이 시기를 어리석은 지도자와 더 어리석은 추종자들에 의해 보수가 궤멸의 위기에 몰렸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와 반성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쪽은 불법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절하지 않으면 중도 확장이 어려워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 우려한다. 반면 당 지도부 인사들은 민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잃게 될 것이라며 사과에 반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민주당 주도로 국회 운영위 소위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60명)이 국회 본회의장을 지키지 않으면 필리버스터를 중지시킬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국정조사 여야 협의가 계속 결렬되자 민주당이 제시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국정조사 진행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며 한 걸음 물러섰지만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등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민주당이 협의를 거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보통의 영화관은 잘 팔릴 작품을 우선 배치한다. 프랑스어로 ‘영화 보관소’를 뜻하는 시네마테크는 다르다. 상업적 잣대를 벗어나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작품을 선정, 보관, 소개한다.
2000년대 초부터 영화인과 관객들은 재정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공간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2002년 개관한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가 영업 3년 만에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종로구 낙원상가로 쫓겨나듯 이사하며, 마땅한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자칫 없어질 뻔했던 것이 운동의 불씨를 댕겼다.
서울아트센터를 운용하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한시협)’와 이명세·박찬욱·봉준호·김지운 감독, 배우 안성기, 평론가 등을 주축으로 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은 2006년부터 시네마테크 전용 건물의 건립을 추진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기인 2016년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안이 통과됐고, 2018년 설계공모가 확정됐다. 영화계와 서울시는 토론회·민간자문단 구성·실무 TF팀 구성 등 오랜 협의를 거쳤다.
오는 28일 서울 중구에 개관하는 ‘서울영화센터’는 이러한 민관협의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 하지만 한시협 등 사업을 오래 염원해 온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취지가 훼손됐다”는 반발이 나온다.
이름과 공간 목적이 변경된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임 중이던 2023년에 이뤄졌다. 영화계에선 ‘시네마테크’라는 이름이 없어졌으며, 그 기능도 산업적·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시협 등 10개 영화 단체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함께 논의해 온 영화계·시민사회와 충분히 협의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이러한 변경이 진행됐다”며 “현 운영 체제와 어떠한 공식적 협력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서울 중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6일 열린 ‘서울시 공공 시네마·미디어 생태계 복원을 위한 긴급 포럼’에서도 서울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서울시가 영화인들과의 소통을 단절하고 ‘밀실 논의’ 끝에 영화센터의 성격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김숙현 한시협 사무국장은 이날 포럼에서 “운영자문위원회가 이름 등을 바꿨다고 하는데, 그 회의록도 일반에 공개되어 있지 않다. 누가 참여했는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시네마테크를 요구했던 시민, 관객들의 의사가 과연 얼마나 반영됐는가를 묻고 싶다. 시민 참여로 시작된 정책이 제멋대로 밀실에서 공표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특히 서울시가 당초 기획됐던 시네마테크의 기능 보다는 국제적인 행사나 마켓 등을 여는 비즈니스 성격의 장소로 서울영화센터를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서울영화센터 운영은 서울경제진흥원(SBA)가 운영을 맡는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1월 SBA와의 미팅 당시 공간이 마켓 상영, 비즈니스 미팅 위주로 짜여져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서울영상진흥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고 밝힌 한 참석위원은 “서울시가 국제도시로서 한류 관련해 영화센터가 마중물 역할을 했으면 한다. 그래서 매일 국제적인 행사나 마켓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진행을 했다”고 했다.
게다가 공유 오피스 등이 마련된 반면 필름을 보관할 수 있는 수장고는 서울영화센터의 공간 계획에서 삭제됐다. 서울시는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과 중복성 등을 반영해 기능을 변경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있기 때문에 다른 마을 도서관은 필요 없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문화 행정에서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기능 중복’을 이유로 공간을 축소·폐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례로 서울 충무로역 역사에서 21년간 운영 문화 공간 ‘충무로영상센터 오! 재미동’은 오는 12월13일 운영이 종료된다. 서울영화센터와의 기능 중복이 이유다. 작은 영화관 뿐 아니라 마을 도서관, 미술관 등 다양한 공간에서 개최됐던 ‘인디서울’이라는 공공 상영회도 서울영화센터와 중복이란 이유로 최근 내년 예산 전액 삭감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시가 서울영화센터를 ‘오세훈식 거점 시설’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관객 문화, 영화 문화의 저변 확대가 중요한데 그런 부분은 축소하고 거대한 랜드마크를 만들려고 하는 방식이 과연 영화산업을 위한 길인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공공을 위한 핵심 기능보다는 산업과 경제 성과 중심으로 공간이 재편됐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다만 그는 “불통 행정을 그저 비판하기 보다 서울시와 대화의 장에서 합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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